버려진 동물의 삶은 계속 된다

유기 동물만 170마리. 매일 늘어만 가는 유기 동물에 24시간이 모자라다.

버림받은 동물들의 마지막 쉼터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외진 시골길을 굽이굽이 차를 타고 한참을 들어갔다.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 때 즈음, 우렁찬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검은 천막으로 둘러싸여 있는 대문 너머에 유기견 보호소가 있었다.

얼기설기 세워진 기둥 위로 둘러싸여 있는 비닐과 천막. 수많은 개가 생활하고 있는 야외 견사.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파리가 마구 날렸다. 어딘가 아픈 고양이들도 몇 마리 보인다.

파주 삼송 유기견 보호소에는 170마리가량의 개들이 머물고 있다. 여느 보호소처럼 대부분 선호하지 않는 믹스견이고 10살을 훌쩍 넘긴 노견이 대부분이다. 김미순 소장은 2000년부터 지난 18년 동안 매일 혼자 개들을 돌보고 있다.

보호소 한켠에 마련한 김 소장의 생활 공간도 오롯이 그녀의 것은 아니다. 실내에도 40마리 정도의 고양이와 강아지가 서로 살을 부대끼고 있다. 사람과 동물이 뒤섞인 곳에 덩그러니 놓여진 2층 침대만이 그녀의 자리다.

“처음부터 보호소를 차릴 생각은 아니었어요”

새벽부터 개들 밥을 챙기던 김 소장의 말이다. 원래 그림을 그렸던 그녀가 보호소를 차리게 된 것은 길에서 거둔 한 마리 강아지가 계기였다. 한두 마리씩 밥을 주다 정신을 차려보니 지금의 보호소가 되어 있었다고.

김 소장은 어릴 적부터 집에서 개를 키우곤 했는데, 어른들이 자꾸 개를 개장수에게 팔았고, 그 소장은 그런 경험이 큰 상처였다고 회상한다. 그런 마음의 빚이라도 갚고 싶었던 걸까, 성인이 되어 자립할 힘이 생기자 길거리 길강아지와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다.

“몸이 아파도 안 할 수가 없어요”

새벽 6시 반에 일어나도 모든 개에게 밥을 주고 뒤치다꺼리를 마치면 너끈히 밤 10시를 넘긴다. 이렇게 많은 동물은 김 소장이 보신탕집이나 길거리에서 구조한 강아지도 있지만, 잠시만 맡아 달라며 두고 간 뒤, 영영 혼자가 되어버린 동물들도 무척 많다.

“맡아달라고 하고 두고 가면 그뿐이에요.”

보호소에서 맡아만 준다면 비용은 얼마든지 부담하겠다며 반려동물을 맡겼던 그들인데, 1~2년 후원을 하다 전화번호를 바꾸고 잠적하는 일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15~20년을 살아가는 아이들을 챙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후원이다.

하루에 개들이 먹는 사료의 양은 대략 30kg 정도, 한 달에 필요한 사료는 700kg 이상이다. 나이가 들고 아무도 찾지 않는 개들을 위해 김 소장이 할 수 있는 일은 아픈 몸을 일으켜 함께 생활하는 고양이와 개들을 굶기지 않는 것 정도다.

최근 김 소장의 가장 큰 걱정은 아이들의 건강이다. 나이가 들수록 병치레가 늘어만 가니 점점 감당하기가 버겁단다. 병원비로 빚을 지기 시작한 이미 옛말이고 이제 더는 치료해줄 여력조차 남지 않았다. 그나마 꾸준히 후원과 기부를 해주는 분들 덕분에 운영은 이어오고 있지만, 그런 도움의 손길도 점점 줄어만 간다.

사설 보호소가 지키고 싶은 것

파주 삼송 유기견 보호소를 포함한 사설 보호소의 대부분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보호소와는 상관없이 후원금과 기부로 운영된다. 그 탓에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기는 힘들지만, 안락사가 없는 시설이란 점이 가장 큰 자부심이다.

지자체 보호소는 동물보호센터 운영지침 20조에 따라 공고 기간이 끝난 동물을 안락사시킨다. 그 탓에 동물보호단체들은 유기동물들을 안락사로부터 지키기 위해 지자체 보호소로부터 ‘구조’를 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종종 벌어진다. 그렇게 사설 보호소는 안락사 없이 동물들을 보호하고자 생겨났다.

가볍게 들이고 무책임하게 버린다

유기동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사설 보호소가 늘어나는 것은 반길 일이지만, 보호소에 덩그러니 반려동물을 떠넘기는 이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수용하는 개체 수가 많아져 보호소의 환경은 점차 열악해지고, 그 피해는 그곳에서 생활하는 동물들과 그를 돌보는 사람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버린 이의 마음에서 반려동물은 사라졌어도, 버려진 아이의 삶은 계속해서 흘러간다. 버린 이유야 알 길이 없지만, 적어도 자신의 작은 편함을 좇은 것은 틀림이 없으리라. 언제나 짐을 지우는 것은 작고 불쌍한 생명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아끼고 보듬으며 살아도 15년 남짓. 내 삶 곁을 스치듯 지나가는 그들이건만, 그 작은 책임조차 지지 못하는 이가 너무도 많다. 김 소장의 마지막 푸념은 ‘돈이 들어도, 환경이 변해도, 한 번 가족이 되었다면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어쩌면 너무나 기본적이고 당연한 한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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