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퓨마는 왜 죽어야만 했을까

7년 전 뉴질랜드의 한 동물원을 방문 했었다. 벌써 오래 전 일이지만 아직도 그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곳은 동물원이었지만 숲과 풀밭이 펼쳐져 있었다. 정글 같은 숲 사이로 내어진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숨어 있는 동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내가 동물들이 살고 있는 집에 잠시 놀러 온 것 같았다.

뉴질랜드 동물원 내부의 모습, 꼭 정글 같았다

그곳 또한 커다란 케이지였지만 갇혀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 안에서는 새들이 자유롭게 날아 다녔고, 동물들은 숨고 싶으면 언제든 숨을 수 있었으며 자신들을 찾아오는 사람들과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햇살은 따뜻했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 왔다. 한국에는 없는 동물들의 특이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 동물원은 분명 사람도 기분이 좋아지는 공간이었다. 그 때부터 나는 세상에 ‘동물원’ 이라는 것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동물들이 동물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최대한 배려해야 한다고 말이다.

뉴질랜드 동물원 내부의 모습

지난 18일, 대전의 동물원에서 사육사의 부주의로 퓨마 한 마리가 사육장 밖으로 나왔다. 지난 8년동안 좁은 우리에서 살며 정신질환까지 앓았던 퓨마는 약 4시간 남짓한 시간, 가장 행복했을, 생애 첫 나들이는 죽음으로 끝마쳤다.

퓨마가 사육장을 나와서 고작 한 것이라고는 사육장 인근 배수로의 커다란 종이 박스 안에 들어가 있는 일이었다. 얼떨결에 밖에 나오게 되었지만 낯선 환경에 겁에 질렸던 모양이다. 한 차례 마취총을 쐈지만 생포에 실패한 수색대는 조급한 마음에 사살 결정을 내렸다. 대전 시민의 말에 따르면 퓨마가 숨어 있었던 산 바로 너머에는 주거지가 있었다고 한다.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다음 날, 갑작스러운 어미의 부재에 새끼들은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는 그 모습을 보고 ‘분리불안증’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의 어미는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꼭 그렇게 죽여야만 했나, 마취총을 한 번만 더 쏠 수는 없었나’ 반문했다.그리고 그 물음표는 동물원 폐지 논쟁으로까지 이어졌다. 어느덧 대한민국에서도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을 실감했다. 국립중앙과학관에서 교육용으로 퓨마를 박제한다 하여 논란이 되고 있는 와중에 불행한 퓨마는 마지막 가는 길까지 구경거리가 되어 생을 마감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뉴질랜드의 동물원을 떠올렸다. 퓨마가 만약 그곳에서 살고 있었다면 정신질환에 시달릴 일도, 허망하게 죽임 당할 일도 없었겠지. 어쩌면 퓨마는 다시 좁은 우리로 돌아가는 것보다 이렇게 생을 마감하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을 걱정 해주어 조금 기뻐할 지도 모르겠다. 퓨마가 가는 곳에는 너른 초원이 있기를.

전지인
건국대에서 프랑스, 러시아 지역문화를 전공했습니다. 최근 6살 유기묘를 가족으로 들이면서 삶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귀여운 묘르신을 위해 언제나 지갑을 여는 초보집사. 동물과 함께 사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우리 묘르신 만수무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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