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동물의 아름다움

노견 만세

“어린 시절 해리와 함께 하는 산책은 마치 개썰매 경주와 같았다. 해리는 나를 정신 없이 당겨댔다 … 하지만 노년기가 되자 산책은 단순한 배설과정으로 바뀌었다. 녀석은 고개를 축 늘어뜨린 채 느릿느릿 걸었고, 산책이 끝날 즈음에는 지친 발을 이끌고 집으로 향했다.”

출처 | 게티이미지

6살로 추정 되는 유기묘인 다나를 처음 가족으로 맞아 들이면서부터 나는 ‘마지막’ 이라는 걸 항상 염두에 두게 되었다. 집에서 사는 개나 고양이의 수명이 평균적으로 15년에서 20년. 하지만 고양이 나이 7살부터는 슬슬 노년기에 접어드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나이로 치면 50세를 넘는 정도니 관리가 필요한 때다.

나는 퍽 실존주의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생각이 많았던 나는 타인의 죽음을 통해 인생관을 형성하게 되었다. 그래서 고양이 딸을 입양할 때도 나이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할 때 가능 하면 어린 동물을 찾는다. 길고 지루한 우리의 인생만큼 오래도록 함께 해주기를 바라며. 생각보다 그런 이유로 어린 동물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나는 놀라웠다. 나는 나이가 조금 있더라도 건강하니까 좋은 음식을 먹이고 정성을 다하면 오래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사람들은 어린 동물의 귀여움과 활기참을 사랑한다. 그 이면에 드리우는 세월의 무게는 애써 외면한 채. 사람이 그러하듯, 동물에게도 노년기는 찾아온다. 그건 이 땅 위에 살고 있는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공평이란 녀석이다.

나이 든 고양이를 키우는 건 어떠냐고? 우리 고양이 어르신은 어찌나 애정이 많은지 집사의 무릎을 떠날 줄을 모른다. 자기주장이 확실하지만 말썽은 없다. 나이 든 고양이와 함께 하면서 어느 고양이던 예쁘고 귀여운 것은 다 똑같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출처 | 노견 만세 (진 웨인가튼 지음)

“삶의 의미는 끝나는데 있다.”

이 삶이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우린 매순간, 두 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또 그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사랑한다. 도서 ‘노견만세’는 개를 사랑하는 유머 칼럼니스트, 진 웨인가튼이 자신의 반려견 해리의 어린 시절부터 나이 들어 세상을 떠나기까지의 모습을 보며 느낀 점을 기록한 책이다.

그는 반려견 해리의 이야기와 함께 저마다 생애 최고의 마지막 나날을 보내는 노견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간략하게 글로 남겼다. 이렇게 약 60마리의 개들의 마지막이 책의 표지와 내용을 장식 했다. 지면 부족의 이유로 실리지 못한 개들의 이야기들도 한가득이다.

그 개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꼭 우리 사람 어르신들이 인생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아 내가 왕년에 우리 동네에서 이름을 날렸는데 말이지~” 아 물론, 우리는 그들의 행동으로 미루어 추측할 뿐이다. 나이 든 동물과 함께 살아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약해지지만 더 깊어진다. 그러면서도 인간에게 끊임 없이, 더 깊은 사랑을 표현한다.

다나의 어린 시절은 나의 추억에 자리 잡고 있지 않다. 다른 집사들이 어린 고양이를 키우며 예쁜 모습을 열심히 눈에 담는 모습을 보면 나는 그러지 못해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매순간 다나와 함께 하는 일상이 즐겁다. 내 손에 간식이 없어도 이유 없이 냅다 뛰면 간식 주는 줄 알고 ‘우아아아앙!’ 하고 다급하게 쫓아 온다거나, 저녁 사료 잘 먹고 자다가 내가 돈까스를 튀기자 갑자기 일어나서 “먀아아옹!! (너만 먹냐!!)”고 화를 낸다 던지 하는 일들 말이다.

개 어르신들과 함께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 아주 작은 것에도 기뻐하고 가끔 전혀 예상치 못한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 이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쩐지 웃음이 난다. 동물과 함께 살면서 이들이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단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처럼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만 빼고 말이다.

출처 | 게티이미지

“그저 주어진 하루를 충분히 살고자 노력할 뿐”

다나는 고양이 카페에서 일을 하던 영업묘 출신이다. 일하던 카페가 폐업을 하면서 유기된 고양이었다. 집사의 경력 부족으로 대접이 부족할 지도 모르겠지만 맛있는 밥을 먹으며 만족스러워하고 내 무릎에서 골골송을 부르며 잠을 청하는 다나의 모습을 보며 이 아이가 행복해함을 확인한다.

나이 든 개들과 사는 사람도, 나이 든 고양이와 사는 나도 그저 오늘 하루를 충분히 살고자 노력할 뿐이다. 나이 든 동물 친구들이 나와 함께 하는 시간 동안 즐겁고 행복하기를 바라며. 오늘도 나는 다나가 편안한 은퇴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퇴근하자마자 집으로 향한다.


도서명 : 노견 만세
지은이 : 진 웨인가튼
옮긴이 : 이보니
사진 : 마이클 윌리엄슨
출판사 : 책공장더불어
출간 : 2018년 2월 25일

저마다 생애 최고의 마지막 나날을 보내는 노견들에게 보내는 찬사. 노견은 영원히 산다. 『노견 만세』는 그다지 많이 남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노견과 가족의 이야기를 글과 사진으로 담은 사진 에세이다. 퓰리처상을 두 번 수상한 사진작가 마이클 윌리엄슨의 멋진 사진과 역시 퓰리처상을 두 번 수상한 진 웨인가튼이 노견의 긴 생애를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뭉클하게 묘사한 짧은 글로 채워진 이 책은 저마다 생애 최고의 마지막 나날을 보내고 있는 노견들에게 보내는 찬사이다. 나이가 들면서 개는 전에 없던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간식을 타내는 새로운 전술을 선보이는가 하면 소란 피우는 걸 싫어하게 되고, 어른다운 너그러움을 발휘하기도 하고, 살던 대로 살기도 하고, 새로운 모험을 찾아 도전하기도 하고, 소소한 행복에 안주하기도 한다. 이 책을 위해 취재하고 촬영한 집은 600여 집이 넘는데 책에는 그 중에 60여 동물 가족의 이야기가 실렸다. 현재 나이 들어가고 있는 개 또는 떠난 아이를 마음에 품고 살고 있다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 속에서 우리 아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책에 등장한 개들은 모두 사진을 찍을 당시 최소 열 살 이상이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출간 후에도 그들이 아직 살아있는지 저자에게 자주 묻는데 그에 대한 저자의 대답은 이렇다. 그들은 모두 살아 있다. 노견은 영원히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