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바람길이 되어주는 영화 ‘고양이 케디’

마음의 눈을 뜨면 사랑할 수 있어요. 애정을 갖고 바라보면 세상 모든 게 아름답죠. 고양이, 새, 존재를 즐길 수 있다면 온 세상이 내 것이랍니다.

출처 | Daum 영화

살다보면 운 좋게 얻어걸리는 것들이 있다. 나에겐 ‘고양이 케디’가 그런 영화다. 한 시간 반의 러닝타임 내내 이스탄불로 훌쩍 떠나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길고양이를 쓰다듬으며 홍차를 홀짝이는 꿈을 꾸었다. 진정한 휴식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고양이 케디’는 이스탄불의 길고양이들과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메시지를 던지는 시간보다 침묵하는 시간이 더 긴 영화지만 오히려 그 점이 위로가 됐다. 때로는 세상사와 나 사이에 적당한 바람길을 내어주는 일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유도 고양이들이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방법을 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출처 | Daum 영화

어린시절 친구를 사귀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할머니 손에 길러지면서 친구라곤 동네 어르신들과 옆집 까만 푸들 한 마리가 전부였기 때문에 또래와 친해지는 방법을 몰랐다. 내가 학교에 처음 발을 들여놓으면서 친구를 만드는 방법으로 선택한 건 뭔가를 나눠주는 것이었다. 강아지가 간식을 주는 사람을 따르는 것처럼 사람에게도 뭔가를 주면 친해질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열일곱이 될 때까진 철저히 ‘주는 사람(Giver)’으로 지냈다. 정신 차리고 보니 거짓 우정만 가득했다.

출처 | Daum 영화

얘들이 쌀쌀맞아 보이는 건 오히려 진실되기 때문이죠. 사랑받고 싶을 때 찾아오고 욕심을 채운 후에는 떠나버려요. 어쩌면 사람이 배워야 하는 것들이에요. 자신의 자유엔 타협이 없어야 하니까요.

그 어느 고양이가 그렇지 않겠냐만, 이스탄불의 고양이는 그야말로 냥생냥사다. 어디서든 고양이답게 산다는 얘기다. 특히 관계를 형성하는 면에서 그렇다. 최근 자존감이라는 개념이 이슈가 되면서 ‘나를 사랑하고 남의 기대에 휘둘리지 마라’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노력해본 사람이라면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거다. 고양이에게 우리가 ‘관계를 형성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고양이는 그 누구도 자신의 고양이다움을 헤칠 수는 없다는 것을 안다.

이스탄불 사람들이 길고양이와 가깝게 지내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내가 본 건 그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존중’이다. 동물과 사람을 종속적인 관계로 인식하기보다는 인생의 동반자이자 벗으로 어깨를 나란히 한다. 짬을 내어 밥을 챙겨주고, 잠잘 곳도 내어주고, 외상을 달더라도 병원에 데려가는 이스탄불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조금 과하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어쩌면 기브 앤 테이크가 명확한 관계라는 생각도 든다. 사람은 고양이에게 안식처가 되어주고 고양이는 사람에게 행복의 비밀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출처 | Daum 영화

고양이가 전하는 행복의 열쇠는 ‘나답게 사는 것’이다. ‘나다운’게 뭐냐고 묻는다면 고양이는 아마 ‘마음이 정하는 대로 사는 것’이라고 답할 것 같다. 수많은 선택 중 아주 일부분일지라도 우리에겐 선택할 자유가 있고 ‘자유에는 타협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 속 이스탄불 시민들은 길고양이들과 공존하는 방법을 배운다면 사람이 겪는 여러 문제들의 해결 방법도 깨달을 수 있다고 믿는다. 영화 속 고양이의 삶을 통해 일상 속 여유를 찾는 법, 타인과 적절한 거리를 두며 나를 지키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고양이를 대하는 이스탄불 시민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존중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갈피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관계의 환기가 필요한 날, 이스탄불의 고양이를 떠올릴 수 있는 행운이 당신에게도 찾아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