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참하게 사느니 안락사가 낫다?

동물권 단체 케어보다 조금 더 넓은 시야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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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저녁, 진실탐사그룹 셜록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보도했다. 동물권 단체 케어가 수많은 유기견들을 구조하고 뒤로는 몰래 안락사를 시켜왔다는 것이다.

사실 동물권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한해에도 얼마나 많은 강아지들이 버려지고, 그 강아지들이 어디로 가는지. 이 모든 일의 중심에는 펫샵이 있고 개농장이 있다.

밀려들어오는 유기동물을 감당할 수 없어 시보호소에서는 수용공간의 한계로 공고기간이 지난 동물을 안락사 시킨다. 버려져서 죽어가는 동물도 수백마리다. 안락사 없는 사설보호소에서는 그 많은 개들을 살리려고 허리띠를 졸라매며 각개전투를 한다.

이 일이 충격적인 이유는 케어가 ‘동물권’이라는 단어까지 단체이름에 붙이면서 정말 동물을 위한 단체임을 표방했기 때문이다. 안락사가 없는단체라고 이름을 내걸고 활동해왔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 케어 직원들은 ‘직원들도 몰랐다’며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케어는 유기견 토리를 대통령에게 입양 시키며 대외적으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다른 단체는 할 수 없는 대규모 구조를 진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후원금을 받았다. 그러나 정당한 사유 없이 건강하고 멀쩡한 동물을 안락사 시켰다.

안락사를 시키는 이유에 대해서 박소연 대표는 “이렇게 비참하게 사느니 보내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 라고 말했다. 안락사를 하려고 구조한다는 대표의 목소리에서는 어딘가 비뚤어진 신념이 느껴졌다.

당신은 아는가? 보호소에 넘겨진 개들은 항상 주인을 그리워 한다. 제 눈 앞에 사람이 나타나면 어쩌면 다시 주인을 만나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에 꼬리를 흔든다. 그 개가 죽고 싶은지 아닌지는 당신이 알 수 없다.

지금 상황은 정말 유기견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 해왔던 다른 단체들에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 그동안 방송에 모습을 보인 적도, 특별한 홍보를 진행한 적도 없는 곳들이다. 그저 강아지들을 먹이고 재우는 게 가장 바쁘고 고단했던 이들 말이다.

이 문제에 있어 단지 케어의 잘못만을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반려동물을 쉽게 입양할 수 하고 버리지 못하도록 뒷받침하는 제도가 없다는 것이 본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버려짐이 멈춘다면 개인이 수많은 유기견을 떠안는 일도, 수많은 동물들이 생명을 잃는 일도 없을 것이다. 이제는 유기동물 문제에 대해, 그리고 안락사에 대해 치열한 논의가 필요하다.

 
전지인
프랑스, 러시아 지역문화를 전공했습니다. 6살 유기묘를 가족으로 들이면서 삶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귀여운 묘르신을 위해 언제나 지갑을 여는 초보집사. 동물과 함께 사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2 개 댓글

  1. 제목을 보면 개농장의 강아지는 안락사를 당하느니 비참하게 지내지만 오래 사는게 강아지를 위해 좋다는 것으로 들리네요..
    만약 그런 의도가 아니라면 제목부터 바꾸는게 나을것 같아요..
    이 문제는 이분법적 해결이 되는게 아닌만큼 조심스럽게 다뤄줬으면 좋겠어요… 제목부터..

    개농장의 강아지가 구조를 못받고 있는것도 문제인것 같네요..
    말이 개농장이지.. 그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방송을 통해 어느정도 알고있는데..
    음식쓰레기에.. 물도 충분치 않고(얼은 물과는 비교 대상이 아닙니다..).. 강제 교배를 위해 고통을 지르며 맞는 호르몬 주사..
    뜬장에서 발톱도 관리 받지 못하고.. 사는게 고통인 강아지 고양이..(좀 더 지나면 아마 사막여우.. 라쿤도 생길수 있어요..)

    과연 이런 문제에 다른 유명 동물단체는 어떤 구조 활동과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도
    안락사를 다루는것 못기않게..
    사람들이 알아야 되고 서로 단체들끼리 머리를 맞대어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 같아요..

    어떤 단체에서 안락사가 한마리도 이루어 지지 않다는 것만이 중요한건 아닌것 같아요..
    그 단체가 구조 공간이 없어서 백마리 정도만 보호하고 안락사가 없다는 것이 과연 맞는것인지도..
    요만큼 구조 공간에 요만큼만 구조하고 요만큼 수만 안락사 없이 보호하겠다는것도 아직은 우리나라 현실에는 맞지 않은것 같아요..(적어도 유명 동물 보호 단체라면..)
    그리고 동물 입양이 제대로 잘 보호할 입양인에게 입양이 되고 있는지도..
    입양수 만큼 중요한것 같아요..

    케어 문제로 후원받는 민간 동물 보호소에서는 안락사가 이루어 지면 안되라는 인식이 퍼져나기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구조 공간이 있을때만 구조해야 한다는 인식도 마찬가지로..

    분명 한국의 현 시점에서
    개농장의 강아지 고양이가 학대받는 환경에 놓여있다면 구조되어야 합니다…..
    적어도 동물 보호 단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한다면 적극적으로 구조활동을 해야하고요..
    안락사는 안되라는 것은 아직 우리나라 현실에서 이상에 가깝습니다..
    그전에 동물법이 강화되어야 하고..
    개농장이나 분양샵들이 없어져야겠죠..

    그전에는 안락사와 구조 활동은 서로 연결된 하나의 문제 같아요..
    (그렇다고 케어가 잘했다는것은 아니예요.. 무분별한 안락사와 후원자를 속인건 잘못했어요.. 그외 다른 문제도 많겠죠..)
    구조 활동이 필요 없어질때까지는
    할수없지만.. 적절하고 투명한 안락사 절차가 이루어지고..
    그 과정또한 구조 동물과 그 생명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참여하여 최대한 신중이 이루어 지는 시스템을
    동물 단체들이 서로 모여 의논해야 할것 같습니다..

    • 해당 제목은 케어 박소연 대표의 실제 발언을 기사 제목으로 차용한 것입니다. 케어 박소연 대표는 지난 1월 4일, 한겨례신문과 케어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동물들은 계속 들어오는데 안락사를 할 수 없으면 보호소가 과밀해져 관리가 안 된다. 그렇게 비참하게 사느니 안락사해주는 게 낫다. 밥주고 예뻐해주는 사람이 ‘따끔’하고 (주사 놓는 게) 안락사다. (나는) 삶의 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http://www.hani.co.kr/arti/animalpeople/human_animal/878179.html

      소중하고 자세한 의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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